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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플라자 식품관에서 흰 피부, 생머리의 키작은 한 젊은 남성의 중얼거림을 들었다. 생선코너 주위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는 마치 자동응답기와 같은 톤으로 쉴새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이란 말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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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동생과 짧은 통화를 하며 안 사실이지만 추석이 우리 민족 고유의 것만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홍콩에도 추석은 존재했다.
10월 2일 여동생은 잠시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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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동안 영양소 섭취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상당량 지방 섭취로 온몸이 미끌미끌 거리는 듯 하다. 특히 발사믹식초와 올리브유의 약 1:3 혼합액에 호밀빵을 너무 많이 찍어먹은 탓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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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멀티미디어의 발달로 인하여 정보 습득에도 큰 불균형이 있었다. 연휴기간 동안 컴퓨터를 통해 각종 영화와 드라마를 본 탓에 현실과 가상이 머릿 속에 혼재하고 있다.
특히 House, Bourne 씨리즈에 푹 빠진 것은 중독성향에 대해 스스로 맹신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역시 이런 중독증이 오래가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한편으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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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us의 이방인과 배덕자를 읽은 것은 큰 수확이다. 애초의 계획은 에릭 홉스봄의 19세기 말 서양사 책도 읽는 것이었지만 앞서 기술한 (빌어먹을) 멀티미디어 때문에 실패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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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탄천을 거닐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자정 가까운 시각, 문을 나섰다. 원래는 줄넘기와 포카리스웨트 한잔을 가지고 sky park에 가는 것을 의도했지만 불현듯 앞으로 달려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운동화 끈이 풀렸음을 알아채고 다시 묶는 동안 날씨가 매우 춥다는 것을 알았다. 집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었지만, “어떠한 생각” 에 의해 어느새 물가를 걷고 있었다.
또다시 “어떠한 생각"에 의해 미친듯이 뛰어 나갔고, 오랜만에 심장의 거친 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 왼심실은 매섭도록 수축하며 사지로 피를 공급하고 있었고 어느새 몸은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어떠한 생각"은 곧 사그러 들었는데 이는 매우 놀라운 것으로 최근 반복되고 있는 현상이다. 타오르기-꺼지기.
- 이 “어떠한 생각"에 대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묻고 있다. 미약한 확신에 근거한 불명확한 행위는 그 자체로 비난거리가 되기 십상이었다.
불명확에 대해 Douglas Hubbard란 사람은 How to Measure Anything: Finding the Value of Intangibles in Business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고 한다. (이 정의는 경제학 혹은 통계학에서 유효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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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ertainty: The lack of certainty, A state of having limited knowledge where it is impossible to exactly describe existing state or future outcome, more than one possible out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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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surement of Uncertainty:A set of possible states or outcomes where probabilities are assigned to each possible state or outcome - this also includes the application of a probability density function to continuous variables
사실 내가 안고 있는 불명확에 대해 PDF(probability density function)을 작성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이 또 있을까 생각해본다. 이것이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비과학적 인간 감정의 난처함과 혼란함이 아닐까.
- 파동으로 운동하는 전자를 probe를 통해 관측 시도하면 놀랍게도 관측자는 전자의 입자적 성질만을 관측하게 된다.
우리가 어떤 대상의 참된 모습을 바라보고자 시도하면 할 수록 우리는 전혀 다른 대상의 성격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거대한 억측과 근거없는 유추를 통해 난 확신한다. 인간은 서로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