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ier bresson

200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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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으로 들어올수 있는 것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아니라 나를 집어삼키는 것…

민혜와 함께 카티어브렛썽의 전시회에 다녀왔다 이런 거장의 전시회를 본다는게 흔치 않은 기회라 퇴근 후 1시간밖에 시간을 낼 수 없었지만 흔쾌히 달려갔다

그 사진들이 나를 집어삼켰다 스타일리스트의 면모가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내가 침범할래야 할 수 없는 그만의 영역이 있었다 역시 ‘decisive moment’란 slogan은 괜한게 아니구나!

기억에 남는 몇가지 작품이 있다면

  1. 테네씨 녹스빌의 절망적인 사진.. 십자가에 “jesus will come soon"이라고 적혀있는 무덤이 있고 그 뒷켠엔 폐차가 널부러져 있었다 구도와 분위기가 너무나 기괴했다, 그 표현!

  2. 그리고 일본의 수질오염 사진 소용돌이 거품 위에 천사의 날개와 흡사한 거품 형상이 그려져있는데, 역시 기괴했다. 민혜가 설명해 주었지만 도대체 다시 봐도 무엇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한참 후에 다시 사진을 보았지만 역시나 범상치 않은 사진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 둘은 모두 20th century로 categorize된 것 들이었다..그도 거대한 기계 문명이 잉태한 세기말의 위기를 의식했던 것일까? 아마도, 그의 눈에 비친 20세기는 천사의 날개같은 소용돌이 거품 허상이 일어나는 사회, 널부러진 자동차 무덤과도 같은 암담함에서 구원자가오길 넋놓고 기다리는 피동성의 사회, 무언의 시대가 아니었을까?

인간에게 예술을 추구하는 심미적 성향은 사치가 아니라 본질이라 생각한다 ‘본질 - 그것을 빼놓고 대상을 해석할 수 없는것’ 인터넷이다 모바일이다 해서 전자화된 신호로 예술을 감상하려는 시도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나 또한 그 작업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고.. 그렇지만 정말 흥분되는 감상이란 거대 도시의 빡빡하고 숨막히는 환경 속에서 한 줄기 산소 나무를 찾아가는 듯한, 거장의 숨결을 향해 다가가는 적극성에서 비롯되지 않는가 싶다

전시실을 빠져나오고 한 순간 이렇게 느꼈다 ‘광활한 사진세계 속에서 다시 비좁은 현실세계로 되돌아왔구나! 아~REALITY in SEOUL이여!’

댓글 하나 달렸습니다.

MH 2005.07.19 10:53: 아, 갑자기 왜이렇게 부끄러워지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