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두달.

2006/12/11

7년간 대학생, 군인, 그리고 다시 대학생의 신분을 갖고 정신없는 삶을 살았다.

참 많이 돌아다녔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에서 2년, 서울의 한 국군부대에서 2년 반, 유럽의 섬나라에서 1년.

그리고 두달 후엔 남쪽의 한 해안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리고 7년간 받을 고강도의 훈련, 다시 4년간의 수련. 그리고 또다시 이어질 칙칙한 실험실, 연구실, 강의실 생활.

나라고 왜 익숙한 한 곳에 머물며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을 살고 싶지 않겠는가. 안락한 가족의 위안과 친근한 사람들과의 시간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달콤한 연인의 속삭임과 따뜻한 손길을 어찌 원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33년의 극도로 뜨겁고 열정적이며 피곤한 삶을 사셨던 예수님께서는 아직 내가 갈길이 한참 남았다고 하신다. 그러한 영화를 누리기엔 내가 아직 한참 젊다고 하신다. 아니 어쩌면 죽는 그 순간까지 그런 안락함을 누리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될 것이니라 if indeed we share in his sufferings in order that we may also share in his glory. "

더 세련되고 탁월한 그리스도인으로 성화하기 위해 더 훈련받아야 하고, 인격을 더 쌓아야 하고, 더 많은 책과 씨름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리스도를 위해 영혼을 섬기겠다고 처음 결심하던 내무실에서의 그날 밤. 뜨거운 눈물이 뺨을 흘러 내렸을 때 생각하지 못했던 이 구질구질한 삶. 그러나 이 삶 속에서 주님께서 암시한 ‘존재의 본질’을 느낄 수 있기에 난 이 길이 영광의 길임을 믿는다.

영광의 길- John Calvin이 갔던 그 정결하고 깨끗하며 투명한 삶. William Wilberforce가 보였던 흔들림없는 곧고 바른 비전과 실천.

이 선배들을 떠올릴 때마다 엄숙한 경외감과 막중한 책임감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이들이 자신을 뛰어넘어 더 큰일을 해내라고 나에게 요청하기에 난 아직 쉴 수 없다.

지금의 이 칭찬. 지금의 이 축하. 지금의 이 기쁨. 이것도 결국 한낱 순간의 것이 분명하다. 내일의 아픔. 내일의 고독. 내일의 슬픔. 이것도 결국 한낱 순간의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서리라 the grass withers and the flowers fall, but the word of our God stands forever.”

약 6년 전, 이 다이어리의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2000년 12월 3일의 일기를 보면 내가 얼마나 향락적인 삶을 살고 있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렇게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의 은혜이리라.

어려운 환경에서 기도하고 싶은 마음마저 없다면 우리는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 John Calvin